진균학

병원성 진균과 비병원성 진균의 차이

진균이 2025. 6. 19. 14:20

진균은 지구 어디에나 존재하는 생물로, 곰팡이나 효모 같은 형태로 우리 주변에 늘 함께합니다. 그러나 진균 중 일부는 인간이나 동물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진균은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특히 위협적입니다. 반면, 대부분의 진균은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자연 속에서 분해자 또는 공생자로 살아갑니다. 이처럼 진균은 병원성과 비병원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두 종류는 생태적 역할뿐 아니라 구조와 기능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병원성 진균과 비병원성 진균의 차이를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병원성 진균과 비병원성 진균의 차이
병원성 진균과 비병원성 진균의 차이


병원성 진균이란 무엇인가?


병원성 진균은 인간이나 동물의 몸에 침투하여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진균을 의미합니다. 이들 진균은 감염 부위에서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조직을 파괴하거나 면역 반응을 회피하여 숙주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특히 면역 억제 환자, 고령자, 신생아 등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들은 병원성 진균에 노출되었을 때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병원성 진균으로는 칸디다속(Candida), 아스퍼질러스속(Aspergillus), 크립토코커스속(Cryptococcus) 등이 있습니다. 이들 진균은 폐, 피부, 점막, 혈류 등 다양한 부위에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일부는 치명적인 전신 감염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병원성 진균은 포자를 흡입하거나 피부를 통해 침투하며, 숙주 내부 환경에서 증식하여 질병을 일으킵니다. 진균성 질환은 종종 초기 증상이 경미하여 감염이 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진균의 병원성을 이해하는 것은 예방과 조기 진단에 매우 중요합니다. 아스퍼질러스 플라버스(Aspergillus flavus)가 생산하는 아플라톡신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플라톡신의 정체: 곰팡이가 만든 강력한 독소

 


비병원성 진균은 어떤 환경에서 존재하는가?


비병원성 진균은 사람이나 동물에게 직접적인 감염을 일으키지 않는 진균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주로 자연 환경에 존재하며, 토양, 나무, 낙엽, 죽은 생물체 위에서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분해하는 성질을 가진 진균은 부생성을 가진다고 합니다. 비병원성 진균은 유기물을 분해하여 탄소와 질소를 재순환시키는 생태계 내 중요한 분해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사람이 흔히 접하는 식품 발효에 사용되는 효모도 비병원성 진균에 속합니다. 예를 들어, 제빵 효모와 맥주 효모는 사람에게 해를 주지 않으며, 오히려 산업적으로 매우 유용한 진균입니다. 이 밖에도 푸른곰팡이, 검은곰팡이 등은 습한 환경에서 자라며 음식물이나 건축 자재의 표면에서 발견되지만, 대다수는 인체에 직접적인 해를 주지 않습니다.

비병원성 진균은 생태계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들은 병든 식물이나 동물의 사체를 분해하여 토양의 영양 상태를 유지하고, 다른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줍니다. 따라서 비병원성 진균은 인간에게 해를 주지 않는다는 점 외에도 환경적으로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합니다.

 


병원성 진균과 비병원성 진균의 구조적·기능적 차이


병원성 진균과 비병원성 진균은 구조적, 기능적으로 몇 가지 뚜렷한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병원성 진균은 숙주 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다양한 생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비병원성 진균과 구별되는 핵심 요소입니다.

우선, 병원성 진균은 열과 산소 농도의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효소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병원성 진균은 사람의 체온인 37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생장할 수 있도록 대사 경로가 조절되어 있습니다. 반면, 대부분의 비병원성 진균은 20도 내외의 환경에서만 생장이 활발하며, 고온 환경에서는 생존이 어렵습니다.

또한 병원성 진균은 숙주의 면역계를 회피하거나 억제할 수 있는 특수한 단백질을 분비하기도 합니다. 이들 진균은 숙주의 세포막을 분해하거나 면역 반응을 유도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위장하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반대로 비병원성 진균은 이러한 기능이 부족하여 인체 내부 환경에서는 생존하거나 증식하기 어렵습니다.

포자의 특성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병원성 진균의 포자는 작고 가벼워 공기 중으로 쉽게 확산되며, 흡입 시 호흡기 감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반면 비병원성 진균의 포자는 환경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동하며, 숙주 내 조직으로 침투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병원성 전환: 비병원성 진균이 감염을 일으키는 조건


비병원성으로 알려진 진균이라도 특정 조건에서는 병원성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이를 ‘기회감염성 진균’이라고 부르며, 이는 진균 자체의 특성뿐 아니라 숙주의 면역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연구자들은 진균의 병원성 전환이 환경적 자극과 생리적 스트레스에 의한 복합적 반응이라고 설명합니다.

대표적인 조건 중 하나는 면역 억제입니다.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 장기이식 수술 후 환자, HIV 감염자 등은 평소 문제가 되지 않던 진균에 의해 감염될 수 있습니다. 이때 비병원성 진균은 체내에서 빠르게 증식하며 감염을 일으킵니다.

항생제 남용도 진균의 병원성 전환에 기여합니다. 광범위 항생제를 사용할 경우 인체 내 정상 세균총이 파괴되면서, 경쟁이 줄어든 진균이 빠르게 자리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칸디다균은 이러한 상황에서 자주 병원성으로 전환됩니다.

고온 환경, 영양 결핍, 조직 손상도 병원성 전환을 촉진하는 요소입니다. 진균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며, 필요할 경우 병원성 인자를 활성화합니다. 이러한 생물학적 유연성은 진균이 숙주와 환경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만듭니다.

 


마무리


병원성 진균과 비병원성 진균은 생태적 역할뿐 아니라 구조적, 생리적 기능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병원성 진균은 숙주 내 환경에 적응한 특성을 바탕으로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비병원성 진균은 대부분 자연계에서 해를 끼치지 않고 존재합니다. 그러나 면역 저하, 약물 남용, 환경 변화 등의 조건이 겹칠 경우, 비병원성 진균도 병원성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합니다. 진균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는 일은 감염 예방, 치료 전략 수립, 환경 관리 등 여러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